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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과 한국어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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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보았던 책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고종석의 {말들의 풍경}이다. 일상적으로 쓰고 있기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던 한국어에 대해서 무척이나 많은 것들을 새로 배우게 되었고, 이 언어에 대한 나의 인식이 얼마나 엉성한 것이었던지를 깨닫고 매우 놀랐다.
그중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한글과 한국어는 다르다' 는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한국어는 언어이다. 그리고 한글은 글자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한글 자체가 한국어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어와 한글의 관계가 너무 끈끈한 나머지, 한국어는 다른 문자체계 말고 한글로만 표기되고, 한글은 다른 언어는 표기하지 않고 한국어를 표기하는 데에만 사용되기 때문에 오해가 깊기는 하지만 말이다. 한국어는 영어, 일본어와 같은 언어이고, 한글은 알파벳, 히라가나와 같은 글자이다.
(이것은 어쩌면 '한글'이라는 이름에 '글'이라는 글자가 들어감으로써, 이것이 마치 문장 혹은 언어를 가리키는 것처럼 은연중에 생각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이건 그냥 내 짐작이다.)
'한국어'와 '한글'을 혼동해서 사용하는 예로 고종석 씨가 든 것들은 다음과 같다.
‘한글소설’, ‘한글문학’이라는 말에서 드러나는 ‘학술적’ 혼동은 일상어 수준에까지 널따랗게 퍼져 있다. 예컨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한글(번역)판이 수십 종이나 나왔어”, “4.19세대는 첫 한글세대야. 그 세대부터는 학교에서 일본어를 쓰지 않아도 됐거든”, “카자흐스탄 알마아타시에 고려인들을 위해 한글학교가 새로 들어섰다네” 같은 표현을 보자. 이미 관용적 표현이 된 터에 이런 식의 언어사용을 무턱대고 타박할 수는 없겠으나, 여기서 ‘한글’은 죄다 ‘한국어’로 고치는 것이 낫겠다.
물론 ‘한자를 전혀 쓰지 않고 한글로만 표기한 번역텍스트’라는 뜻으로는 ‘한글(번역)판’이라는 말을 쓸 수 있다. 또 ‘과도한 한글전용 정책 탓에 한자 교육을 받지 않은(못한) 세대’라는 뜻으로는 ‘한글세대’라는 말을 쓸 수 있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한글 스물넉 자와 그 맞춤법 원리만을 가르치는 학교’라면 ‘한글학교’라 부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위에 예시한 문장에서 ‘한글(번역)판’ ‘한글세대’ ‘한글학교’는 그런 뜻으로 쓰인 것이 아니다. 그러니, 수십 종이 나온 것은 {어린 왕자}의 ‘한국어(번역)판’이고, 4.19세대는 첫 ‘한국어세대’이며, 알마아타시에 들어선 것은 ‘한국어학교’다.
사실 위에서 나온 예들은 그리 큰 문제는 아닐 수 있다.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한글'이라고 말은 했어도 실질적으로는 그것이 '한국어'라는 언어를 가리키는 것임을 파악하고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한글을 바로 쓰자'는 주장도, 사실은 '한국어를 바로 쓰자' 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종종 두 개념을 혼동하기 때문에 논점이 흐려지거나 잘못된 논의를 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어가 어떤 언어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어느 새 한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경우가 그런 예다. 얼마 전 독서모임에서 '철학을 하는 데에 있어서 외국어(아마도 독일어)와 한국어를 쓰는 경우의 차이'에 대한 얘기가 잠깐 나왔을 때, 누군가가 '한국말은 단지 소리글자일 뿐이다' 라고 하는 말을 하였는데 이건 명백한 오류이다. 단지 소리글자일 뿐인 것은 한글이지 한국말이 아니다. 그리고 한글과 비교할 대상은 알파벳이지 독일어가 아니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어는 언어이고, 한글은 글자이다.
이런 예를 들어볼까?
"헬로우! 하우 아 유 투데이?" - 이것은 한글로 표기한 영어이다.
"An-nyeong-ha-se-yo. Bap-meo-geo-sseo-yo?" - 이건 알파벳으로 표기한 한국어이다.
(별로 좋은 예가 아닌가? --a )
어쨌든, 언어와 문자는 층위가 다른 개념이고, 한국어와 한글도 그러하다. 이를 혼동하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나 오류는 가능하면 줄이는 것이 좋겠다.
+ 고종석의 {말들의 풍경}은 한국일보에 연재하던 글들을 모은 책이다. 이 주제로 쓰였던 글은 아래 링크에 있다. 꼭 한번 읽어봄직한 글이다.
고종석 - [말들의 풍경] '한글소설'이라는 허깨비 (한국일보, 2007년 1월 2일)
Another summary of this post:
Many Korean people misuse the word '한글'('Hangul'). 'Hangul' is (just) a character set. But many people use the word 'Hangul' even when they try to express the concept of the 'Korean language'.
Maybe it is because the Korean language and Hangul are coupled too firmly. The Korean language is only written by Hangul and Hangul is used only for the Korean language. Thus, many Koreans do not distinguish the Korean language and Hangul, so they sometimes make mistakes that they talk about the character set(Hangul) even when they should talk about the language(the Korean langu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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